02. 알면 알수록 재밌는 화장품 유통시장
화장품, 패션 카테고리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판매아이템을 도매가로 구할 수 있는 법을 알아보았다. 각종 인터넷 카페와 한국에 있는 중국인들을 만나 수소문 끝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화장품 도매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한국인한테는 도매가격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고,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중국인인척하며 매장에 들어갔다. 화장품 매장안에는 95%가 중국인이었다. 거기서 중국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알고 보니 한국에 있는 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이미 타오바오에서 한국화장품을 팔고 있고, 중국인 웨이상들도 한국에 와서 화장품을 쓸어가 판매하고 있었다. 그렇다. 뉴스에 한국에 화장품을 쓸어간다는 요우커는 대부분 중국 판매자였던 것이다.
내가 판매했던 화장품 부터 신발, 유아용 비누들
화장품 유통구조도 알고 보면 참 재밌다. 일단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인기제품이 있으면 중간 도매상이 화장품 기업과 단가를 맞춰서 화장품을 대량으로 들여온다. 화장품 도매사업을 하는 사장님과 이야기할 기회도 있었는데 중국에 인기 있는 제품은 물량이 없어서 한두 달 기다려야 공급할 수 있고 바로 못 가져온다고 한다. 게다가 인기제품과 비인기제품을 함께 구매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흔히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고가라인 화장품들 유통하는 도매상도 볼 수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글로 언급하지 않겠다. 어쨌든 규모가 큰 사업자는 자금이 충분하고 꾸준한 수요가 있으니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기업들과 그냥 거래하겠지만, 나같이 처음 시작하거나 규모가 작은 판매자는 도매상을 거칠 수밖에 없다.
도매시장은 반짝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도매시장을 통해서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에 자신의 화장품을 알리고 있었다. 요즘에는 개천에서 용나는 반짝스타를 보기 힘들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생소한 브랜드가 중국에서 대박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과정을 대충 설명해 보면, 만약 A 화장품이 있다면, 기업이 소비자가격을 5만 원으로 책정하고, 도매시장에서는 공급가로 2만 원을 정한다. 그러면 많은 중국인 판매자들이 이윤이 많이 남으니 너도나도 중국에 가져다 팔고, SNS로 홍보도 알아서 해주면서 입소문이 퍼진다. 여기서 써본 사람들 사이에서 제품이 별로라고 소문이 나면 중국인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거고, 품질이 검증되고 괜찮다고 입소문이 나면 날개 돋치듯 팔려나가게 된다.
교환학생으로 있었던 구이양의 이니스프리 매장과 그 근처 짝퉁 제품 판매점에서 찍은 lazy secret 에어쿠션 사진
작년부터 화장품을 가져다 파는 따이공들에에 대한 밀수입 규정을 강화돼 중소기업들은 더는 따이공을 이용한 판매개척이 힘들어져 울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에 위생허가를 받고 온·오프라인 매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는데 중국 따이공들은 오히려 방해꾼들이기 때문이다. 타오바오에 짝퉁제품을 팔면서 기업이미지를 갉아먹고, 소비자 가격보다 싼 가격에 판매해 유통구조가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매시장에 가더라도 대기업 제품은 구매가 힘들고, 대부분 따이공들은 로드샵에서 한 달에 한번 멤버십 할인 기간을 이용해 제품을 공급한다. 이니스프리 맴버십 데이에 인터넷으로 구매할 때 1인당 구매제한을 두는 이유도 앞서 언급한 것들 때문이다. 그래서 따이공들은 지갑을 보면 한국 화장품 멤버십카드와 각종 면세점 VIP 카드가 두둑하게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발로 뛰며 배운 소중한 것들
그럼 신발, 의류, 가방은 어떻게 구할까? 브랜드 제품도 위에 언급한 방식으로 도매상을 찾아보면 있다. 중국인이 많이 매고 다니는 모 브랜드 가방도 전문으로 공급하는 업체가 있고, 중국인이 많이 찾는 제품은 전문적으로 공급해주는 업체들이 대부분 있다. 하지만 화장품만큼 많지 않으니 정 답답하면 직접 제품회사와 연결해서 물어보는 게 좋다. 나는 브랜드 신발 업체와 연락을 해본 적이 있는데 최소조건이 100켤레 이상이었다. 공급가는 시장가격에 35~40% 할인된 가격이었지만, 최소조건이 부담스러워서 그냥 멤버십 카드를 이용해 매장에 가서 구매해 판매했다. 또한, 계절 이월 상품도 잘만 이용하면 많은 이윤을 남길수 있다. 중국에서 유명한 한국 tv프로그램에 연예인이 쓰고 나온 브랜드 모자가 계절 이월되면서 엄청 싸게 판매돼 좋은 가격에 물건을 구할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제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중국 친구들에게 묻고, 인터넷으로 다른 판매자 상점에 많이 팔리고 있는 제품 등 각종 시장조사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과 내가 판매 할 제품에 대해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서 직접 도매시장에 가서 판매할 아이템과 그 제품에 대한 유통구조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나중에 타오바오를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타오바오 창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파는 제품에 대해 빠져 본 시간은 참 재밌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다음글 계속